아가야……
아가야……
민주상
오가민
어딜 갔다 왔느냐고
무얼 하고 왔느냐고
거긴 춥진 않았냐고
혹여나 그랬다면 몸은 성하냐고,
묻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이
너를 둔 이 몸의 마음이라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해 지는 줄 모르고 뛰어놀던 당찬 날의 네가,
내가 부르면 그제서야 멋쩍은 웃음으로 돌아오던 네가
그렇게 항상 돌아왔었는데
13년 전 그날,
한 번을 울 줄 몰랐던 네가
처음으로 나를 애타게 부르며 울었던 그 날,
그 날이 마지막인 걸 알았다면
네가 양팔 붙잡혀 끌려가는 순간에도
붙잡은 손을 떼어내곤 내 뒤로 숨겼어야 했다.
엉엉 울며 그 여린 손으로 내 치맛단을 잡아당기는 그 순간에도
큰 트럭에 밀리듯 올라가는 그 순간에도
그 시꺼먼 총구를 내 머리에 들이대는 순간에도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
울면서 돌아오진 않길
내가 기억하던 그 모습 그대로이길
지치고 지쳤을 밤을 지나
동 틀 무렵
다시 돌아온 것이 좋은 듯
이제 다 끝났다는 듯
아무 말 없이 헤픈 웃음을 지으며 안기는 널 보아하니
그래, 그리하면 되었다.
그 모습 이제는 내가 기억하려니,
잊지 않고 내가 꼭 알릴 터이니,
걱정 말어라
늙어가는 이 몸이 할 수 있는 건
남은 힘 다 바쳐 목 놓아 소리치는 것밖에 없어도
찬란할 수 있었던 너의 그 날들은
꼭 돌려놓으마!
그자들이 반대하고 내 남은 날들에 먹을 칠해도
내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함께 울며 싸울 테니
마음 쓰지 말거라!
이제 너의 앞날은 꽃으로만 가득할 테니
너의 모든 날들은 내가 기억하고 우리가 기록하마.
아가야,
수고했다
이제 좀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