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와 우리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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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와 우리의 행보

정의상

THE 작은공동체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 사회에 있어 여전히 논쟁거리라 할 수 있다. 역사적 기록물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조차 일본과의 국제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피해자들의 만족과 재발 방지의 보장조치를 확립하고자 하는 의견이 여전히 대립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 내에서 먼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의견을 통일하여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하며, 전쟁범죄 피해라는 사실에 힘을 실어야 한다. 또한, 국민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주제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알고 있어야 한다.

 

2016년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Voices of Comfort Women)"라는 제목의 2,744건의 기록물을 모아 국제연대위원회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을 했지만, 등재 보류로 남았다. 이런 배경에는 2016년 몇몇 일본 우익 단체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한 6건의 자료들을 일본군 ‘위안부’들이 강제동원과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내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일이 있었는데, 이는 명백히 유네스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방해할 목적이었다. 결국, 2017년 10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이 두 개의 신청서가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을 보류했으며 제삼자의 중재를 통하여 두 신청 당사자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결정했지만, 규칙에도 없는 대화를 권고했고 2020년 현재, 아직까지 대화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부‘ 피해는 그저 겪지 못한 역사 속의 아픔이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삶의 일부이며 그들의 피해 진술은 세계사의 생존 증인으로서 국제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및 미디어, 교육교재를 통해 피해 사실과 정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완벽한 공감과 위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이 불가피하게 겪은 전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여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술 진정성을 알리는 것으로 우리는 그들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미래세대를 위해 역사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공식적인 문서로 기록을 해야 한다. 이러한 피해를 역사적 자료로 문서화하는 것은 전쟁범죄 재발 감소 효과가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역사 문서는 단순 성폭력 피해 증언물이 아닌 전쟁피해 속의 여성 인권 박탈 문제와 인류 비극의 역사로 누구나 기억해야 할 광범위한 전쟁의 비극을 잘 알려주는 기록물이라는 의의가 있다.

이를 배경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Voices of Comfort Women)"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야 하는 이유를 1.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의미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 2. 기록물의 보존과 훼손, 증인 생존의 한계로 정리하였다.

 

  1.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의미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업은 1991년 유고 내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1991년 유고 내전 당시 많은 도서관과 문서관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을 발단으로 유네스코는 전쟁과 사회적 변동에 다른 약탈과 불법 거래, 파괴, 재원 부족으로 인한 부적절한 보존 등 위기에 처한 기록 유산을 인류 모두의 자산이라는 관점으로 세계기록유산 사업을 출발하였다. 1995년 유네스코는 인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이 있는 기록 유산의 보존과 이용을 위해 기록 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하였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목적은 1) 최적의 기술을 통해 인류의 중요한 기억을 담고 있는 기록 유산의 보존 2) 중요한 기록 유산에 더욱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줌 3) 인류의 기억을 담은 기록 유산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유산의 의미와 중요성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 4) 기록물의 보전뿐만 아니라 기록물이 갖는 세계사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것이다.

유네스코 선정기준은 1) 유산의 진정성 2) 독창적이고 비대체적인 유산 3) 세계적 관점에서 유산이 가지는 중요성 4) 보조요건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유산의 진정성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사실인정에 대한 사죄, 배상, 재발 방지에 있어 목적이 분명하고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 사진으로서 유래를 증명할 수 있다. 두 번째, 독창적이고 비대체적인 유산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에 조선, 중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태평양 지대에서 일어난 전쟁피해로 특정 기간 또는 특정 지역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세 번째, 세계적 관점에서 유산이 가지는 중요성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전시 성폭력이라는 범죄가 피해 여성의 육체와 정신과 인생에 대해 갖는 파괴력을 보여주고, 그 점으로 인해 이 같은 전쟁범죄가 근절되어야 함을 인류에게 가르쳐주기 때문에 세대를 이어 알려져야 할 기록물로서의 중요성을 가진다. 네 번째, 보조 요건으로서 최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에 대한 협박 증가와 피해 당사자가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협‘의 항목을 충족한다.

이처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취지와 선정 기준 모두 부합하는 문서라 할 수 있으며 2017년 2월,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RSC)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unique and irreplaceable)” 자료로 평가받은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1. 기록물의 보존과 훼손, 증인 생존의 한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인권위원회와 관련 단체의 조사활동, 한국・중국・타이완・필리핀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법정투쟁, 일본 교과서에 ‘위안부’서술 등 원활한 활동이 전개되자, 이에 반발한 일본의 우익들 역시 일본 정부의 관여와 책임을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와 일본군 ‘위안부’를 부정하는 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였다(김정현,2020).

세계기록유산의 취지는 소실될 가능성이 있는 문서를 지키고자 하는 것에 있으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및 관련 기념물 등은 적절히 보존되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예시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다수의 소녀상 훼손 사례가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나눔의 집’과 연관되어 문서 훼손이 적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대한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기록 전문가 단체들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록 훼손이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사실이 있다. ‘나눔의 집’ 현장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할머니들의 기록은 현재 ‘나눔의 집’ 수장고와 교육관 1·2층 베란다, 생활관 1층 서가, 제1 역사관 창고 등에 흩어져 있다. 또한, 2019년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증축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할머니들의 기록물을 건물 밖 주차장에 방치하기도 했다. 장마가 끝나지 않아 할머니들의 기록은 마대자루 등에 담긴 채 비를 맞아 훼손됐다. 이 과정에서 기록들이 훼손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방치된 기록 중에서는 국가지정기록물도 다수 있다. `나눔의 집`은 기록의 역사적 의미를 망각하고, 이 기록들을 안정적으로 장기 보존할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여성가족부와 경기도는 기록들을 즉시 보호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국내·외에서 훼손 및 소실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취지에 부합하여 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물로서 등재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민간단체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기관을 등록하여 관리하고 국가지정기록물로서의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20년 한 해만 해도 네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돌아가셨고, 이후 이로 인해 한국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열여섯 분이 남았다. 나머지 분 역시 90세가 넘은 고령으로 점점 증언 확보 및 활동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활동 중인 이용수 할머니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저놈들은 하루빨리 우리들이 세상을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우리들 모두가 죽어야 지들의 악행이 다 지워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라고 언급하였다. 이 밖에도 위안부 등재 권고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기록물 등재가 시급하며, IAC와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심사를 보류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장기전으로 이어질수록 피해 생존자의 수도 적어져 기록물 등재의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공식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 인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임에도 소실될 것이다. 이후 국가적으로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보상 및 명예 회복이 어렵게 되며 세계사로서의 의미도 퇴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으로는 학교 내 동아리와 같이 국제연대위원회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함으로써 학교 내·외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활발히 알릴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활동들로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 바로 알기 강연이 있고, 서명운동이나 캠페인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꾸준히 공론화하여 문제를 상기시키는 것이 있다. 이런 사소한 활동들이 모여서 한국 사회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주제가 소멸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많은 국민적인 이슈가 되어 국가 차원에서 기록물 등재 및 보존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또한 인터넷 매체를 활발히 이용하는 세대로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뿐만 아닌 다른 나라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조명시키고 세계사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존재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다.

 

이번 활동을 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현재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 등재 현황과 국제적인 견제 및 보류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현재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고 하면 단순히 해결되어야만 하는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에서, 세계 기록 유산으로서의 가치와 보상 및 피해자의 명예 회복, 세계사적인 의미로까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단순히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개입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이 단체 행동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위해 청소년인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이번 공모전의 경험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현실을 알게 된 것처럼 청소년들이 더욱더 활발히 이 문제를 생각해보고 스스로 활동하게끔 다양하고 많은 활동이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참고자료

일본군 ’위안부‘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 그 공명과 확산],국제연대위원회,2016

김정현, 2020, 한중일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발굴 성과와 과제 -역사수정주의와 보편적 인권의 길항-. 한일관계사연구, 69(), 185-224.

김정란, 「일본군‘위안부’ 운동에 나타난 민족주의적 경향」, 철학과 현실,2006, 116쪽)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